[시애틀 여행] 호수와 바다가 맞닿은 도시, 가스웍스 파크와 치텐든 수문

시애틀 다운타운을 빠져나와 북쪽으로 향하다 보면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게 됩니다. 유니온 레이크(Lake Union)를 끼고 자리한 '가스웍스 파크(Gas Works Park)'는 이름만 들으면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지만, 시애틀 시민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휴식처입니다.
공원에 들어서면 왼편으로 붉게 녹이 슨 거대한 철골 구조물들이 시선을 압도합니다. 과거 석탄을 가스로, 원유로 정제하던 공장 시설입니다. 1906년에 세워져 가동되다 1962년 공원으로 탈바꿈했는데, 이들은 산업 유산을 무조건 철거하는 대신 그 모습 그대로 역사적 상징물로 남겨두었습니다.
공원 오른편 언덕에 오르면 탁 트인 시애틀 다운타운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눈앞의 유니온 레이크 위로는 요트와 유람선들이 여유롭게 물살을 가르고, 언덕 위는 일광욕을 즐기거나 연을 날리는 사람들,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로 늘 자유와 평화가 넘쳐납니다. 매년 7월 4일 독립기념일 불꽃축제가 화려하게 밤하늘을 수놓는 중심지이기도 하며,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 등장했던 정겨운 수상 가옥들도 호숫가를 따라 줄지어 서 있습니다.


공원 주변 선착장에서는 유니온 호수와 워싱턴 호수를 잇는 유람선 투어가 출발합니다. 동쪽 벨뷰(Bellevue)까지 호수를 둘러보는 데만 3시간 이상이 걸릴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며, 호숫가 절벽을 따라 늘어선 빌 게이츠의 대저택 등 상상을 뛰어넘는 풍경들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용 수륙양용차를 개조해 만든 '덕 투어(Ride the Ducks)'를 타고 호수와 육지를 넘나드는 것 또한 시애틀만의 독특한 유람 방식입니다.
가스웍스 파크에서 서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레트로 감성의 동네 발라드(Ballard)에 위치한 '치텐든 수문(Hiram M. Chittenden Locks)'이 나타납니다. 민물인 유니온 레이크와 바다가 만나는 수위 차를 조절하기 위해 만들어진 갑문으로, 크고 작은 선박들이 쉼 없이 오가는 모습 자체가 훌륭한 볼거리입니다. 특히 자연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연어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어도를 따로 만들고, 지하에 투명 유리벽을 설치해 물고기의 이동을 직접 관찰할 수 있도록 배려한 섬세함이 돋보입니다.

수문 주변을 벗어나 조금 더 북쪽으로 오르면 1861년 개교한 명문 워싱턴 대학교(UW, 유덥)가 나옵니다.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거대한 캠퍼스와 고풍스러운 유럽풍 고딕 건축물들이 깊은 인상을 주며, 봄철이면 만개한 벚꽃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명소입니다.
치텐든 수문 서쪽 끝자락에는 도심 속 거대한 원시림을 품은 '디스커버리 파크(Discovery Park)'가 펼쳐집니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해안가 절벽 끝에 운치 있게 서 있는 하얀 등대(West Point Lighthouse)를 마주하게 되는데, 맑은 날에는 푸른 바다 너머로 만년설을 머금은 레이니어 산의 웅장한 실루엣까지 조망할 수 있는 시애틀 최고의 힐링 포인트입니다.




📖 사진가 정상원과 함께하는 여행과 사진 이야기
- 도서 소개: 『길 위에서 셔터를 누르다』 - 렌즈를 통해 바라본 세상의 빛과 시간, 그리고 길 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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