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횡단 여행기

174달러와 3대의 집념이 만든 대지의 기둥: 블랙힐스의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

onlinephoto 2023. 9. 18. 20:29

공사중인 크레이지 호스 조각상

이제는 온 가족이 대륙 횡단의 리듬에 완벽히 적응한 듯합니다. 특별히 깨우지 않아도 아침 시간이 되면 다들 스스로 차분히 일어납니다. 늘 제일 먼저 일어나 가족들의 짐과 아침을 챙겨주는 아내의 부지런함 덕분에 오늘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설 채비를 마쳤습니다.

1. 일정을 바꿔 선택한 길: 인디언 영웅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

맑고 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원래 예정지였던 배드랜드 국립공원(Badlands National Park)으로 곧장 향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침에 집어 든 지역 홍보 책자에서 '크레이지 호스 기념관(Crazy Horse Memorial)'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 인디언의 전설적인 영웅: 과거 미 제7기병대 커스터 장군의 부대를 전멸시켰던 북아메리카 인디언(라코타 수우족)의 전설적인 족장 크레이지 호스. 비록 일정이 조금 지체되더라도 이 역사의 현장만큼은 반드시 눈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에, 모텔을 나서 어제 지나왔던 블랙힐스 길목으로 다시 차를 돌렸습니다.

2. 성지 '블랙힐스'와 지울 수 없는 역사의 갈등

래피드 시티(Rapid City)에서 커스터(Custer) 시로 이어지는 이 일대는 현재 화려한 휴양 관광지로 가꾸어져 있지만, 본래 북미 원주민들에게는 영혼이 숨 쉬는 신성한 성지 '블랙힐스(Black Hills)'였습니다.

  • 끊이지 않는 반환 소송: 1929년 수우족 인디언들이 조상의 땅을 되찾기 위해 연방법원에 반환 소송을 제기한 이래, 이 땅을 둘러싼 소유권과 역사적 갈등은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아이러니한 도시 이름: 이 거룩한 성지 한가운데 자리 잡은 도시 이름이 아이러니하게도 인디언들과 대립했던 '커스터(Custer)'라는 사실은, 스쳐 지나는 길손에게 오묘하고도 씁쓸한 상념을 안겨주었습니다.

3. 한 조각가의 집념과 3대가 이어온 위대한 대업

래피드 시티를 지나 1시간가량 달리자 마침내 크레이지 호스 기념관에 다다랐습니다. 러시모어 산의 4인 대통령 바위 얼굴 전체를 합친 것보다도 더 거대한 위용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 174달러로 시작된 무모한 도전: 1939년 수우족 추장 헨리 스탠딩 베어의 부탁을 받은 조각가 코르착 지올코프스키(Korczak Ziolkowski)는 1947년 단돈 174달러와 텐트 하나를 들고 이곳에 들어왔습니다. 산 정상까지 741개의 통나무 계단을 직접 만들며 깎아내리기 시작한 작업이었습니다.
  • 가족 3대가 잇는 현재진행형의 역사: 1982년 지올코프스키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의 아내와 열 명의 자녀, 그리고 손주들까지 3대에 걸쳐 수십 년째 돌을 깎아내리고 있습니다. 정부의 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오직 민간 후원과 원주민들의 자존심으로 이어지는 미완의 조각상은 완공된 랜드마크보다 훨씬 더 강렬한 울림을 안겨주었습니다.

4. 현장 셔틀 투어와 아들 도희의 눈부신 성장

날씨가 쌀쌀해 오들오들 떨면서도, 기념관 내 셔틀 버스를 타고 조각상 바로 아래까지 다가서며 웅장한 화강암의 결을 눈앞에서 마주했습니다. (※ 최신 셔틀 투어 운영 및 관람 요금은 SajinTour.com 공식 홈페이지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도희의 폭풍 질문과 열정: 차 안에서 잠만 자던 아들 도희는 나보다 더 큰 흥미를 보이며 크레이지 호스와 조각가 지올코프스키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 가르친 보람을 느낀 하루: 숙소로 돌아와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도희는 크레이지 호스 관련 책을 사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아동용 책을 사주자 "아빠, 내가 다 읽고 핵심만 요약해서 알려줄게요!"라며 의젓하게 웃어 보였습니다. 대륙 횡단 길 위에서 아이가 한 뼘 더 자란 모습을 보니, 가르친 보람과 함께 가슴 깊은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 [출간 안내] 블랙힐스의 거대한 바위 얼굴과 크레이지 호스 아래서 아들 도희와 나눈 소중한 기록

35년 차 사진가의 카메라 렌즈 너머로 담아낸 사우스다코타의 두 개의 역사와, 차 안에서 아들 도희와 함께 책을 읽으며 쌓아 올린 미국 대륙 횡단 이야기가 단행본으로 완성됩니다. 📖 《길 위에서 셔터를 누르다》 소장용 단행본으로 대자연과 역사의 울림을 온전히 소장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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