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 현지 삶

🇺🇸 IMF, 유학비자 거절, 그리고 관광비자로 시작된 1999년 시애틀 입성기

onlinephoto 2023. 8. 18. 21:26

 

군대를 제대하고 늦은 나이에 들어간 사진학과. 누구보다 열정적이었고 스스로에게 부끄럼 없이 최선을 다했던 청춘이었습니다. 졸업 후 열었던 사진학원은 운도 크게 따라주어, 학벌 위주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2년제 대학 출신의 젊은 원장이 운영하는 학원임에도 수강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곤 했습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상승세는 감히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거대한 복병을 만나 한순간에 꺾이고 말았습니다. 바로 대한민국 전체를 강타했던 IMF 외환위기였습니다.

1. 📸 잘나가던 사진학원 원장에서 마주한 IMF라는 거대한 벽

십여 년 이상 학원을 운영하면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어왔지만, 이전의 문제들은 나의 실수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었기에 원인을 찾고 정직하게 수습하면 금방 복구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IMF라는 괴물은 전혀 달랐습니다. 내 잘못이 아니었기에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길조차 막막했습니다. 방심하다 당한 충격 속에서 탈출구를 찾다가 결단한 것이 바로 미국 유학이었습니다. 쉼 없이 달려온 길 위에서 머리도 식히고, 바닥난 사진적 아이템과 영감을 보충하고자 미국행을 결심했습니다.

2. 🛑 유학비자 거절과 물러설 곳 없던 무모한 정면돌파

미국 유학비자(F-1)를 신청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하고 말았습니다. 유학원의 호언장담만 믿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탓이었습니다. 나름대로 현지에서 유명세도 있고 출판물까지 낸 원장이 이제 와서 미국으로 기초 사진 공부를 하러 간다는 주장을 미 영사관 측에서 납득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시작부터 커다란 난관에 부딪혔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연히 비자가 나올 줄 알고 살던 집과 모든 살림을 정리해 버린 후였기에 물러설 길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결국 관광비자로 무작정 건너가자는 무모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어쩌면 무척 위험한 선택이었을지 모르지만, 당황스러운 현실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정면돌파였습니다.

3. ✈️ 가방 두 개와 "사진 촬영차 왔습니다"—관광비자 입국 심사

주변과 학원 잔여 사무를 마무리 짓기 위해 가족들을 한 달 먼저 미국으로 보냈습니다. 지레 의심을 받지 않도록 왕복 비행기 티켓을 준비하고, 여행가방 단 2개에 소박하게 짐을 꾸려 진짜 단순 관광객처럼 연출했습니다.

만리타향 낯선 땅으로 향하면서 여행 가방 2개가 살림의 전부였던 가족들. 입국 심사를 무사히 마치고 6개월 체류 도장을 받았다는 소식에 비로소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1999년 2월, 나 역시 똑같은 방법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입국 심사대 앞에 섰을 때 체류 목적을 묻는 질문에 "사진 촬영 차 방문했다"는 대답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최대 체류 기간인 6개월 도장이 선명하게 찍히는 순간이었습니다.

4. 🌲 시애틀에서 재회한 가족, 낯선 대륙 위에서 첫 숨을 쉬다

입국장을 빠져나와 한 달 만에 가족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마치 수년은 떨어져 있다 다시 만난 듯 가슴 한구석이 아련하고 벅차올랐습니다.

우리가 첫발을 내딛은 곳은 서북미 워싱턴주 시애틀(Seattle)이었습니다. 먼저 자리를 잡고 살고 있던 처남이 있었기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미지의 땅에서 주저 없이 선택했던 첫 둥지였습니다.

가방 두 개와 6개월짜리 관광 도장을 가슴에 품고 시작되었던 우리 가족의 20년 미국 삶—그 기나긴 대륙 잔혹사와 정직한 생활의 첫 페이지가 시애틀의 청량한 공기 속에서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 참고: 현재는 미국 입국 시 무비자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해 최대 90일까지 체류가 가능하며, 체류 자격 및 비자 심사 기준은 수시로 변경되므로 주한 미국대사관의 최신 지침을 사전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출간 안내

대륙의 길 위에서 담아낸 풍경과 이민자들의 삶 이야기

1999년 2월 시애틀 입성부터 20년 2개월간 미 대륙을 누비며 기록한 대자연의 풍경과, 차 안에서 가족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쌓아 올린 미국 대륙 횡단 여정이 단행본으로 완성됩니다. 📖 《길 위에서 셔터를 누르다》 소장용 단행본으로 대륙의 품격과 삶의 온기를 깊이 있게 마주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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