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이라는 도시에 발을 디디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정취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캠퍼스처럼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다운타운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어디나 유서 깊은 대학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전 세계인들의 시선과 애정을 가장 한 몸에 받는 곳은 단연 아이비리그의 명문,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입니다.
1. 레드라인(Red Line) 전철 타고 다다른 하버드 스퀘어(Harvard Square)
행정구역상 하버드는 찰스강 건너 켐브리지(Cambridge) 시에 위치해 있지만, 우리가 타코마에 살면서 정답게 "시애틀에 산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 일대 역시 포근하게 보스턴 생활권으로 통합니다.
- 한층 현대적인 전철 노선: 다운타운에서 보스턴 지하철 'T'의 레드라인(Red Line)을 타고 20분 남짓 달렸습니다. 앞서 탔던 낡고 비좁은 그린라인에 비해 한결 깨끗하고 현대적인 열차가 시원하게 내달렸습니다.
- 번화한 청춘의 거리: 하버드 스퀘어(Harvard Square) 역 밖으로 나오자 마주한 첫인상은 마치 고국의 홍대 입구나 이대 정문 앞처럼 수많은 상점과 인파로 시끌벅적했습니다. 고요하고 엄숙한 교정을 상상했던 터라 뜻밖의 화려함에 살짝 생소하기도 했지만, 활기찬 대학가의 생동감으로 받아들이며 학교 교정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2. 하버드 야드(Harvard Yard)와 존 하버드 동상의 '3대 거짓말'
개학 전 아늑한 방학 시즌이었음에도 교정 중심인 하버드 야드(Harvard Yard)는 재학생 가이드 투어에 참가한 관광객들과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 가장 유쾌한 스팟, 존 하버드 동상: 교정 중심의 동상 앞에서는 학생 가이드가 방문객들에게 재치 있는 목소리로 일명 '하버드 동상의 3대 거짓말'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 설립자가 아니다: 존 하버드는 대학을 최초로 세운 사람이 아니라, 초기 거대한 부지와 장서를 기증한 주요 기부자 중 한 명입니다.
- 설립 연도의 차이: 동상에 새겨진 1638년은 존 하버드가 기부금을 낸 연도이며, 정식 학교 설립 연도는 1636년이 맞습니다.
- 실제 모델이 아니다: 존 하버드의 생전 초상화나 모형이 남아있지 않아, 훗날 동상을 제작할 때 당시 교내 미남 재학생을 모델로 삼아 조각했다고 합니다.
- 반짝이는 구두 발등: '동상의 왼쪽 발을 만지면 자녀가 하버드에 입학한다'는 기분 좋은 속설 덕분에, 전 세계에서 찾아온 수많은 부모와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서서 셔터를 눌렀습니다. 사시사철 사람들의 손길이 닿은 동상의 왼쪽 구두 발등은 금빛으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3. 잔디밭 위의 한가로움과 세계 최고 대학이 내어주는 자유
최고의 명문이라는 다소 무거운 타이틀을 벗겨내고 바라본 교정 내부의 풍경은 참으로 평화롭고 따스했습니다.
- 자유로운 배움의 대지: 푸른 잔디밭 위에 편안하게 누워 책을 읽는 청년들, 나무 의자에 둘러앉아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이들, 그리고 시선마다 깊은 호기심을 품고 둘러보는 관광객들까지—그 모든 풍경 속에 배어있는 여유로움이야말로 하버드가 품은 진정한 매력이었습니다.
단순한 학교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세계적 역사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관광 상품으로 녹여낸 미국의 깊은 기획력에 박수를 보내며, 하버드 교정에서의 포근했던 탐방을 차분히 가슴속에 접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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