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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횡단 여행기

6월에 만난 한여름의 눈발: 글래셔 국립공원 '태양으로 가는 길'을 넘다

onlinephoto 2023. 8. 20. 20:23

공원 가는길에 비가 내린다.

1. 폴슨(Polson) 호수를 지나 글래셔 입구로

아침 8시 5분경 모텔을 나와 I-90 서쪽으로 가다가 93번 북쪽 국도를 따라 글래셔 국립공원(Waterton-Glacier International Peace Park)을 향해 내달렸습니다.

  • 몬태나의 한적한 풍경: 언덕 위에 드문드문 자리 잡은 예쁜 집들을 보며 남진의 노래 <님과 함께>를 혼자 흥얼거리니 아내가 미소를 짓습니다. 남한의 4배나 되는 땅에 인구 100만 명 남짓 살아가는 몬태나의 한적함이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 폴슨(Polson) 호수의 아름다움: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날씨가 흐려져 은근히 걱정되었으나, 폴슨 동네에 접어들며 만난 넓은 호수의 풍경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늘 느끼듯 눈으로 보는 대자연의 미경을 카메라인 프레임 안에 다 담아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 웨스트 글래셔와 캐나다 록키의 추억: 공원 입구인 웨스트 글래셔(West Glacier)에는 캐나다 앨버타주 관광 안내소가 있었습니다. 옛날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마주했던 캐나다 록키의 장엄한 빙하와 설경의 추억을 떠올리며 국립공원으로 들어섰습니다.

2. 야생 사슴과의 만남: 사진집 《동물원》을 떠올리며

'태양으로 가는 길(Going-to-the-Sun Road)'에 올라 답답할 정도로 울창한 산림을 지나 동쪽으로 고도를 높여갔습니다.

여행 중 갓길에 차들이 많이 서 있다는 것은 무언가 특별한 볼거리가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도 빈 공간에 차를 대는데, 바로 옆에서 야생 사슴 한 마리가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한참을 보다가 숲으로 유유히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 생소했습니다. 동물이 인간을 구경하는 시각을 담아냈던 사진가 게리 위노그랜드(Garry Winogrand)의 명작 사진집 《동물원(The Animals)》이 자연스럽게 떠오른 순간이었습니다.

3. 6월 말의 반바지 차림, 그리고 기습적인 폭설

고도를 높일수록 날씨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습니다. 구름과 안개가 휩싸이더니 비가 내리고 거센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6월 말이라는 계절만 믿고 반바지 차림으로 나섰던 우리 가족은 덜덜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 기온 변화: 외부 기온은 영상 3도였으나 거센 돌풍으로 체감온도는 영하 5도까지 떨어졌습니다. 주변 미국인들은 이미 두터운 겨울 파카로 완전무장을 한 상태였습니다.
  • 아내의 배려와 감동의 풍경: 험준하고 좁은 절벽 길이라 운전이 꽤 힘들었지만, 아내가 대신 운전대를 맡아준 덕분에 주변 풍경을 마음껏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산정상의 빙하가 녹아 사방에서 수십 개의 폭포처럼 떨어지는 물줄기와 길게 늘어선 구름의 조화는 말을 잃게 만들 만큼 장엄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곳은 트레킹을 해야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공원이었습니다.

4. 고개를 넘어 마주한 몬태나의 푸른 평원

눈발을 맞으며 로건 패스 정상을 지나 내리막길로 접어들자, 거짓말처럼 해가 뜨고 눈과 안개가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서쪽의 거친 암산 지형과 달리, 동쪽으로 내려오자 완만한 구릉과 곧게 뻗은 도로, 그리고 그림 같은 초원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5. 그레이트폴스(Great Falls)에서의 이틀째 밤

저 멀리 글래셔 국립공원의 잔향을 뒤로하고 둘째 날 목적지인 그레이트폴스(Great Falls)로 이동했습니다.

전날 미졸라에서 겪었던 숙소 대란 때문에 아내가 걱정이 많았기에, 안심시켜주고자 조금 이른 오후 5시 30분경 일찍 모텔에 들어섰습니다. 비록 처음에 계획했던 목적지보다 170마일(약 270km) 못 미쳐 이틀째 밤을 맞이했지만, 사전 예약에 얽매이지 않고 대자연의 흐름에 맞춰 이동하는 로드트립의 참된 여유를 느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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