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온 가족이 대륙 횡단의 리듬에 완벽히 적응한 듯합니다. 특별히 깨우지 않아도 아침 시간이 되면 다들 스스로 차분히 일어납니다. 늘 제일 먼저 일어나 가족들의 짐과 아침을 챙겨주는 아내의 부지런함 덕분에 오늘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설 채비를 마쳤습니다.
1. 일정을 바꿔 선택한 길: 인디언 영웅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
맑고 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원래 예정지였던 배드랜드 국립공원(Badlands National Park)으로 곧장 향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침에 집어 든 지역 홍보 책자에서 '크레이지 호스 기념관(Crazy Horse Memorial)'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 인디언의 전설적인 영웅: 과거 미 제7기병대 커스터 장군의 부대를 전멸시켰던 북아메리카 인디언(라코타 수우족)의 전설적인 족장 크레이지 호스. 비록 일정이 조금 지체되더라도 이 역사의 현장만큼은 반드시 눈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에, 모텔을 나서 어제 지나왔던 블랙힐스 길목으로 다시 차를 돌렸습니다.
2. 성지 '블랙힐스'와 지울 수 없는 역사의 갈등
래피드 시티(Rapid City)에서 커스터(Custer) 시로 이어지는 이 일대는 현재 화려한 휴양 관광지로 가꾸어져 있지만, 본래 북미 원주민들에게는 영혼이 숨 쉬는 신성한 성지 '블랙힐스(Black Hills)'였습니다.
- 끊이지 않는 반환 소송: 1929년 수우족 인디언들이 조상의 땅을 되찾기 위해 연방법원에 반환 소송을 제기한 이래, 이 땅을 둘러싼 소유권과 역사적 갈등은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아이러니한 도시 이름: 이 거룩한 성지 한가운데 자리 잡은 도시 이름이 아이러니하게도 인디언들과 대립했던 '커스터(Custer)'라는 사실은, 스쳐 지나는 길손에게 오묘하고도 씁쓸한 상념을 안겨주었습니다.
3. 러시모어 산의 4인 대통령을 압도하는 거대의 상징
래피드 시티를 지나 1시간가량 달리자 마침내 크레이지 호스 기념관에 다다랐습니다. 국가가 아닌 민간 재단 형태로 운영되는 이곳은 입구에서부터 묵직한 정적과 위용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 최신 관람 요금 및 방문 가이드는 SajinTour.com 공식 홈페이지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대지 위로 솟아오른 거인: 러시모어 산에 깎아지른 4명 대통령의 바위 얼굴 전체를 합친 것보다도 더 거대한 크레이지 호스의 얼굴 조각상이 단단한 화강암 산 정상 위로 웅장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 바람과 정이 만든 현재진행형의 역사: 정부의 지원을 사양하고 자발적인 후원과 장인들의 집념으로 수십 년째 깎아내려가고 있는 이 미완성의 조각상은, 화려하게 완공된 랜드마크보다 훨씬 더 강렬한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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