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길을 걸어 센트럴 파크를 횡단한 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거쳐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1. 삼엄한 검문과 길거리 사진상들의 9·11 기옥
- 도시 전체에 깔린 긴장감: 구겐하임 미술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문화 공간과 인파가 몰리는 장소에서는 어김없이 엄격한 소지품 검문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9·11 비극 이후 매일 이러한 긴장감 속에서 살아가는 대도시 사람들의 삶을 떠올리니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지기도 했습니다.
- 길거리 사진상들의 프레임: 뉴욕 거리 곳곳에는 사진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9·11 테러 당시의 참상과 복구 현장, 그리고 두 거인의 자태가 남아있던 과거 세계무역센터의 모습을 담은 빛바랜 사진들이 길거리를 수놓고 있었습니다.
2. 허탈했던 길목: 옮겨간 국제사진센터(ICP)
센트럴 파크 주변에 위치해 있다는 안내책자만 믿고 한참을 걸어 마지막 코스인 국제사진센터(ICP)를 찾아갔으나, 현장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 구형 안내서의 함정: 오기 전 인터넷으로 주문했던 뉴욕 관광안내도가 그사이 이전한 최신 정보를 담지 못했던 탓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머물고 있던 숙소 바로 근처로 이전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친 다리를 다독여야 했습니다.
- 여정의 조율: 밀려오는 피로에 지친 아이들과 온 가족을 위해 아쉽지만 뉴욕현대미술관(MoMA) 등 남은 일정을 내려놓고 서둘러 숙소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3. 뉴욕 지하철 매표기 앞의 씁쓸한 사기꾼 해프닝
호텔까지 한 번에 연결되는 지하철역을 찾아 들어갔으나, 매표기마다 상차 표지가 떠 있었습니다. 표가 모두 매진되어 작동이 정지된 상태였습니다.
- 젊은 청년의 수상한 제안: 허둥지둥 다른 매표기를 찾던 중 한 젊은 청년이 다가와 자신에게 승차권이 세 장 있으니 사라고 권유했습니다. 순간 아이들은 "아빠, 속이는 거니까 사지 마세요!"라며 소리쳤습니다.
- 아이들에게 배운 세상의 매운맛: 설마 얼마 안 되는 돈 때문에 속일까 싶어 아내에게 표를 확인하고 구매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 아내와 그 청년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습니다. 확인해 보니 세 장 중 단 한 장만 유효하고 나머지는 못 쓰는 폐표였습니다. 발각되자 청년은 한 장 값만 황급히 챙겨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습니다.
- 철없는 청년이 남긴 잔향: 고작 작은 돈 때문에 타인을 속이려 했던 청년의 모습에 씁쓸함이 밀려왔습니다. 아침에는 경찰관이 길을 잘못 일러주어 애를 먹이더니, 저녁에는 피라미 사기꾼이 마음을 서글프게 만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나보다 세상을 훨씬 정확하게 파악하고 warning을 보냈던 아이들의 직관에 대견함과 미안함이 교차했습니다.
4. 로버트 프랭크의 프레임, 그리고 뉴욕이 전한 진짜 울림
퇴근 시간의 지하철은 바쁘게 오가는 뉴요커들로 붐볐습니다. 서울의 퇴근길처럼 그들의 얼굴에서도 웃음기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 다큐멘터리 거장들의 사진집 속으로: 무표정한 얼굴로 열차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사진가 로버트 프랭크의 《미국인들(The Americans)》과 윌리엄 클라인의 《뉴욕(New York)》 속에 각인되어 있던 그 무거운 도시의 초상들이 오버랩되었습니다.
- 짧았지만 깊었던 3박 4일의 마침표: 실제 머문 시간은 사흘 남짓이었기에 거대 도시 뉴욕의 전모를 다 담아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이나 미디어 너머의 뉴욕이 아닌, 발바닥이 부르터 오르도록 직접 누비며 만난 진짜 뉴욕의 결은 우리 가족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이후로도 여러 인연으로 뉴욕을 자주 찾게 되었습니다. 세계의 경제와 문화, 예술이 도도하게 교차하는 이 거대한 도시는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미소와 울림으로 길손을 맞이해 줍니다. "뉴욕을 보지 않고 미국을 말하지 말라"던 어느 이웃의 고백을 가슴 깊이 실감하며, 대륙 횡단의 밀도 높은 한 페이지를 차분히 접어둡니다.








📚 출간 안내
뉴욕의 마천루와 길 위에서 가족과 나눈 소중한 기록
카메라 렌즈 너머로 담아낸 대륙의 풍경과, 차 안에서 아들 도희, 딸 예지, 가족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쌓아 올린 미국 대륙 횡단 이야기가 단행본으로 완성됩니다. 📖 《길 위에서 셔터를 누르다》 소장용 단행본으로 대자연과 대도시가 전하는 깊은 온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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