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 터전을 잡은 이후,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가족의 손을 잡고 대륙의 곳곳을 찾아 나섰습니다.
한국에서 오랜 시간 사진학원을 운영하며 이론 위주의 교육에 익숙해져 있던 내게, 미국의 광활한 대자연은 그동안 머리로만 익혔던 사진 이론을 온전히 눈과 가슴으로 확인해 보고 싶은 거부할 수 없는 열망이었습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이국의 풍경과 변화무쌍한 대자연은 내게 참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워 주었습니다.
1. 셔터 소리에 취해 누빈 서부의 대자연
특히 내가 거주하고 있는 워싱턴주를 비롯한 미국 서부 지역은 앤설 애덤스 등 세계적인 풍경 사진가들이 거닐었던 거장의 호흡이 숨 쉬는 곳입니다. 호기심으로 시작된 발걸음은 여행을 거듭할수록 깊은 매혹으로 바뀌었습니다. 어느 순간 나는 프레임을 조율하고 셔터를 누르는 소리에 취해, 마치 무언가에 끌리듯 전국 곳곳을 누비며 자연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대륙을 누비며 내린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미국은 단순히 넓은 땅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 각 주(State)마다 저마다의 고유한 생태와 신비로운 경관을 간직한 '선택받은 땅'이라는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주가 한국의 전체 면적보다 몇 배나 넓은 이 거대한 대륙을 가족과 함께 자동차로 횡단한다는 것은 사실 큰 용기와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짧은 일정이라도 미국의 진면목을 직접 눈에 담고, 사진으로 가치 있게 기록하겠다는 각오로 길을 나섰습니다.
2. 바쁜 아빠에서, 함께 세상을 배우는 동반자로
한국에 있을 때는 바쁜 일상에 치여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늘 부족했습니다. 마음 한구석에 늘 미안함으로 자리 잡았던 그 기억을 털어내고, 이번 여행을 통해 아이들이 세상을 넓게 바라보기를 바랐습니다.
차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며 우리 가족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짐을 챙기고 책임지는 독립심을 길렀고, 이동 중 차 안에서 책을 펼쳐 드는 귀한 독서 습관도 자연스레 자리 잡았습니다.
3. 카메라 렌즈 너머로 바라본 미국 사회와 사람들
여행은 단순히 자연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풍요로움 이면에 숨겨진 미국 사회의 진짜 모습을 관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개인주의적일 것이라 여겼던 미국인들이 실은 무엇보다 가족 중심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도로 위에서 양보하고 타인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일상의 소소한 에티켓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국가적 위기 앞에서 발휘되는 그들의 단단한 공동체 의식과 애국심은 오늘날 미국을 있게 한 진짜 원동력임을 느꼈습니다.
물론 총기, 마약, 인종 갈등 등 어두운 사회적 문제들도 존재하지만, 이를 끊임없이 수정하고 회복해 나가는 사회적 결속력은 우리가 유심히 살벼보아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웅장한 대자연과 친절한 사람들, 삶을 대하는 건강한 태도는 내게 사진가로서, 또 한 부모로서 크나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4. 또 다른 누군가의 여행을 위하여
여행의 순간들은 어느덧 시간이 지났지만, 그 이후 수차례 이어진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본 글들을 계속해서 수정하고 보완하며 진솔하게 기록해 두었습니다.
이 기록들은 앞으로 미국 여행이나 대륙 횡단을 꿈꾸는 모든 분에게 작게나마 미지의 길을 밝혀주는 안내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누군가에게 이 글이 새로운 여정의 시작점이자 기분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다면 사진가이자 아빠로서 더없이 기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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